탭라인 (Tapline): 성공의 유산

‘탭라인 (Tapline)’이라고 불리는 Trans-Arabian Pipeline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첫 산업유산 문화재로 공식 지정되었다. 70년 전에 완공된 송유관이 어떻게 역사의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는지 살펴보고, 관계자들이 오늘날까지 간직해 온 애정을 전한다.


  • 탭라인 (Tapline)은 웅대하고 혁신적인 엔지니어링 프로젝트로 사우디아라비아 동부의 유전과 지중해를 연결하기 위해 건설된 1,648킬로미터 길이의 송유관이다.
  • 탭라인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의 재건 노력, 사우디아라비아 북부 개발 및 아람코의 성장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했다.
  • 현재는 운영되지 않고 있으며, 이제 사우디아라비아의 기념비적인 첫 번째 산업유산 문화재로 공식 지정되었다.

노먼 그레이 |

 

‘탭라인 (Tapline)’으로 알려진 트랜스 아라비안 파이프라인 (Trans-Arabian Pipeline)은 사우디아라비아 북부 사막에 자리하며,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유럽에 에너지를 공급해 준 엔지니어링의 역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1950년에 가동이 시작되었을 때, 탭라인은 세계 최대의 송유관 시스템이었다. 이를 통해 아라비아만 연안의 아브카이크에서 1,648킬로미터 떨어진 지중해 연안의 레바논 항구도시 시돈까지 수십억 배럴의 원유를 운송할 수 있었으며, 이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람코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되었다.

탭라인에는 강관의 톤수나 석유 운송 능력과 같은 물리적 구성요소의 단순 총합보다 언제나 더 큰 의미가 담겨 있었다. 전 세계에서 모인 모험심 있고 유능한 엔지니어, 기계공학자, 기술자들이 이 프로젝트의 성공에 헌신적으로 기여했다.

가동 중단 후 31년이 지난 지금, 탭라인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첫 번째 공식 산업유산 문화재로 지정되어 역사에 영원히 남게 되었다.

청사진을 현실로 옮기기까지

제2차 세계 대전의 종전이 가까워 오자 유럽의 재건을 위해 안정적이고 비용 효율이 높은 원유 공급이 필요해질 것이 명백해졌다. 기존의 원유 운송 수단은 선박이었는데,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나일강과 수에즈 운하를 거쳐 지중해까지 3,600마일을 항해하는 데 9일이 걸렸다. 이렇게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운송 수단으로는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는 원유 수요를 충족할 수 없었다.

사우디아라비아 동부의 유전과 지중해를 연결하는 새로운 송유관 건설의 필요성이 부각되었다.

아람코는 1944년 세계 유수의 석유 회사들과 합작으로 트랜스 아라비안 파이프라인 컴퍼니 (Trans-Arabian Pipeline Company)를 설립했고, 그 후 18개월의 기획 단계가 시작되었다. 대단히 야심 찬 프로젝트였다. 엄청난 운송 거리, 관련 설비의 부족, 혹독한 기후와 험한 지형을 고려하면, 탭라인의 건설은 당시 아람코가 내린 가장 중대한 전략적 결정 중 하나였다고 할 수 있다.

요르단, 레바논, 시리아, 사우디아라비아를 통과하는 탭라인은, 1947년에 착공되면서 청사진을 현실로 옮기게 되었다.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

사우디아라비아의 북쪽 국경을 통과하는 당시 세계에서 가장 긴 송유관을 건설하는 사업은 상상을 초월하는 도전이었다.

건설을 위한 물류 규모도 엄청났다. 30만 5,000톤의 강관이 선박으로 운송되었다. 1,648킬로미터의 송유관을 따라 포장 도로를 함께 건설해야 했고, 여섯 군데에 펌프장이 건설되었다.

사우디아라비아 나리야, 카이스마, 라파, 바다나, 투라이프 및 요르단 카리야타인에 위치하는 펌프장은 석유를 송유관의 최고 해발고도인 907미터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설계되었다. 석유는 최고 해발고도에서 아래로 흘러 요르단 북부, 시리아 남부를 거쳐 최종적으로 지중해 연안의 레바논 항구 도시 시돈에 이른다.

1만 6,000명 이상의 건설 노동자가 3년간 땀흘린 끝에, 1950년 9월 25일 탭라인의 마지막 이음매 용접이 완료되었다.

송유관의 성과

탭라인은 성공적이었다. 1950년 아람코의 석유 생산량은 2억 배럴이었다. 그러나 송유관을 가동한 첫 해인 1951년 아람코의 생산량은 2억 7,800만 배럴로 증가했으며, 그중 1/3 이상이 이 송유관을 통해 운송되었다.

탭라인은 서구 시장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길고 견고한 동맥과도 같은 역할을 담당했으며, 1950년대 아람코의 발전과 성장을 견인했을 뿐 아니라 안정적이고 비용 효율적인 원유 공급원으로서 전후 전 세계의 수요를 충족시켰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발전시키다

탭라인을 따라 시설이 늘어서고 지역 경제가 번창하며 사우디아라비아 북부의 풍경 또한 영원히 달라지게 되었다. 탭라인 관계자들이 가족과 함께 모여들며 주택과 학교가 건설되고 식당이 들어섬에 따라 여섯 곳의 원년 펌프장 주위로 새로운 주거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1960년대 중반에는 모스크, 상점, 레저 시설, 극장, 놀이터가 들어서며 총 인구 5,000명 이상의 작은 도시로 발전하게 되었다.

탭라인이 멈춰선 지 수십 년이 흐른 지금도, 송유관을 따라 개발된 도시들은 여전히 번창하고 있다. 1945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투라이프는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의 관문으로 자리잡았다.

또한 송유관 건설로 소기업과 창업자들에 대한 투자 붐이 일었다. 1947년에서 1952년 사이에 아람코와 탭라인 컴퍼니는 1만개 이상의 공급업체들에게 4,680만 달러 이상을 지불했으며, 신기술 및 교육 훈련도 함께 제공했다.

임무를 완수하다

탭라인은 40년 이상 아람코의 석유 수송 네트워크에서 핵심적인 기능을 수행했으나, 더 크고 비용 효율이 높은 차세대 초대형 유조선이 탭라인의 경제성 우위를 따라잡으면서 그 역할도 막바지에 이르게 된다. 펌프장 가동이 중단된 후에도 1990년까지는 소량의 석유 운송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

이제 국제 석유 운송 수단으로 50만톤급의 초대형 유조선이 선호되면서 탭라인은 2001년에 완전 운영 중지되었고 내부의 잔류 원유를 제거하는 작업도 이루어졌다.

오늘날의 탭라인

오늘날 탭라인에 얽힌 이야기는 현장에 근무했던 이들이나 송유관 주변 주민들 사이에 널리 알려져 있다. 당시 기준 세계 최장의 송유관을 건설했던 험난하면서도 유일무이한 경험을 이들은 자랑스러운 추억으로 공유한다.

2020년 12월, 사우디아라비아 문화부는 탭라인을 사우디아라비아 최초의 산업유산 문화재로 지정했으며,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사전 조사가 진행 중이다.

실제 송유관 자체는 변함없이 사우디아라비아 북부를 가로지르고 있으며 탭라인 로드라고 명명된 고속도로가 나란히 가로지르고 있다. 현재의 미가동 상태로도 그 엄청난 크기 때문에 탭라인을 보존하고 기념하는 사업은 만만치 않은 도전이 된다. 원년 펌프장은 오래 전에 해체되고 없지만, 탭라인 송유관은 창의력과 비전, 굳건한 의지가 담긴 기념비이자 아람코의 역사에 영원히 남을 이정표로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진으로 보는 탭라인